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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이 발생하면 이기고 지는 방법밖에 몰랐던, 그래서 늘 져주기만 했던 남자. 그것이 사랑인 줄만 알았던 남자는 그러다가 결국 제풀에 지쳐 상대방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여자는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도대체 갑자기 왜 그러지?’ 하지만 남자에게는 갑자기가 아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이별을 생각해왔습니다. 져주는 것만을 사랑이라고 여겼을 때부터 어쩌면 이별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정말 관계에서 한 쪽이 져주고, 다른 한쪽은 이기는 그런 방법밖에는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도 지지 않는, 그러면서도 관계를 망치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토마스 고든이 ‘부모 역할훈련’에서 세 번째로 제시한 방법인 ‘무패 방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무패 방법’이 필요한 이유, 즉 이기고 지는 방법이 갖는 치명적인 문제점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럼 ‘무패 방법’은 도대체 무엇이고 언제 써야 하는 걸까요? 먼저 ‘무패 방법’은 앞의 영상에서 소개했던 ‘나-메시지’로 해결되지 않을 때, 즉 양쪽의 욕구가 충돌하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수용할 수 없는 행동, 즉 부모에게 문제가 되고, 부모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에 ‘나-전달법’을 사용해도 소용이 없을 때 ‘무패 방법’을 사용하면 됩니다. 그럼 ‘무패 방법’이라는 건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무패 방법’은 6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갈등을 확인하고 정의하는 단계입니다. 이때 아이와 부모는 서로 자신의 숨겨진 욕구를 표현하고 그것을 서로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저번에 배운 ‘적극적 듣기’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혹은 상대방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거죠. ‘그렇게 하면 나(혹은 너)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까?’ 그런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많은 부모들은 이렇게 문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실제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는 서로에게 아무 영향이 없었던 것이죠. 1단계에서 이를 서로 확인한다면 다음으로 갈 것도 없겠죠? 고든은 이처럼 1단계에서 바로 해결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두 번째는 가능한 여러 해결책을 생각해 보는 단계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제시한 해결책들에 대해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칭찬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떤 의견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의견들은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각 해결책을 평가해보는 단계입니다. 이 과정에서는 솔직하게 자기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진심으로 만족할 수 있어야지만 ’무패 방법‘은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도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가감 없이 말해서 또 다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때 저번에 배운 ’나-전달법‘을 사용하면 좋겠죠?(카드) 네 번째는 가장 좋고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결정하는 단계입니다. 이때 겉으로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서로 만족하는 방법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결정되었다고 해서 다시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언제든 해결책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생기면 이야기해서 수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패 방법‘은 서로가 해결책을 실행할 때 진심으로 그리고 기꺼이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섯 번째는 결정된 것을 실천할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하는 단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이후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무패 방법‘을 썼다고 해서 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가 질문을 던져 계속 점검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이야기해서 조절해 가는 것이 ’무패 방법‘의 핵심입니다. 그럼 사례를 가지고 살펴보죠. 딸이 계속해서 자기 방을 치우지 않는 상황입니다.
엄마 : 늘 어질러져 있어서 엄만 네 방을 볼 때마다 화가 나. 그런데 너한테 억지로 방을 치우게 해서 네가 뾰로통해지는 것은 싫어. 그리고 방이 더러운 것을 보고 화가 나거나 마음이 불편한 것도 싫거든.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갈등 확인) 딸 : 글쎄요. 생각은 해 보겠지만 결국 방을 치워야 한다는 결론이 나겠죠.(‘나-전달법’이 소용없음) 엄마 : 그게 아니야. 우리 둘 다 좋아할 만한 방법을 생각해 보자는 거야. 딸 : 이건 어때요? 엄마는 요리하는 걸 싫어하지만 청소하는 건 좋아하잖아요. 나는 반대로 청소가 싫고 요리가 좋고. 그리고 요리하는 법도 배우고 싶고. 그러니까 제가 일주일에 두 번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대신 엄마가 제 방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청소해 주는 건 어때요?(해결책 모색) 엄마 : 정말 그러면 될 것 같니?(해결책 평가) 딸 : 그러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해결책 결정) |
이처럼 ‘무패 방법’은 ‘토의’의 과정과 비슷합니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안을 찾는 것이죠. 재밌는 건, 똑같은 문제라고 하더라도 집집마다 전혀 다른 해결책에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얼굴이 서로 다 다르듯이, 욕구도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가정마다 각각의 상황도 다를 테구요. 그러니 집집마다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겁니다. 모든 가정에 적합한 최선의 해결책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때만의 정답, 그들에게만 해당하는 정답이 있을 뿐입니다.
‘무패 방법’은 양쪽 모두가 만족하는 것이므로 어느 쪽도 손해 보는 일이 없고, 강제로 따르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의사 결정에 함께 참여하여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강한 동기를 가지고 실천합니다. 자신의 결정이니 책임을 지는 것이죠. 또한, 각자의 성향이나 상황에 맞는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해결방법을 생각해내는 과정에서 사고력이 증진됩니다. 갈등도 해결되고 덤으로 아이의 창의성도 계발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합니다. 일방적으로 강제하고 억압했던 방법으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아이의 진정한 욕구를 알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놀랍게도 가정에서 갈등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부모가 힘을 사용해 아이를 강제하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이도 자신의 욕구를 숨기려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막무가내로 밀고 나가려 들지도 않습니다.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면서 이야기로 풀어나가니 욕구가 강하게 충돌하는 일도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죠. P.E.T코스 1년 차 부모님들은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남아 있는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무패 방법’에 대한 오해와 걱정들도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은 결국 그냥 져주는 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무패 방법’은 부모의 욕구도 충족된다는 점에서 져주는 것과 다릅니다. 즉 부모도 만족스러워야 ‘무패 방법’을 제대로 사용한 것입니다. 만약 져 주었다는 느낌이 든다면 ‘무패 방법’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방법2를 사용한 겁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부모들 각자는 이것이 억지로 져준 것인지 나도 만족하는 ‘무패 방법’인지 알겠죠. 그러니 그렇게 말하는 부모들은 지금 ‘무패 방법’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많은 부모들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결국 결론이 안 나면 어떡하냐고 걱정합니다. 물론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와 부모가 얼마나 열심히 해결책을 찾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에 익숙지 않아 처음에만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이지 익숙해지면 시간은 점점 줄어들 겁니다. 어떤 부모들은 부모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만약 ‘존경’이라는 단어를 ‘두려움’의 의미로 사용한 것이라면 맞습니다. 그러나 두려워서 따르는 것은 존경이 아니라 굴종과 순응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무패 방법’은 오히려 아이들로 하여금 부모에 대해 존경심을 갖게 만듭니다. 부모가 ‘무패 방법’으로 아이를 존중해준다면 아이도 부모를 인간적 존재로 바라보게 되면서 존경심을 갖게 될 겁니다.
그렇다고 ‘무패 방법’이 만능인 것은 아닙니다. 고든은 가치관, 신념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무패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겸손하게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교회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거나 대학을 안 가고 가수가 되려고 하는 경우, ‘무패 방법’으로 해결할 수도 없지만 해결하려 들면 더 큰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경우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삶으로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기독교적 가치관을 받아들이게 하고 싶다면, 스스로 기독교적 가치관에 따라 살아가면 됩니다. 아이들이 어른들을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들이 설교하는 바대로 실천하지 않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진정성 있게 그리고 꾸준히 어떤 모델이 되어 영향을 미치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그리고 고든은 바꿀 수 없는 아이의 행동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아이에게도 자기만의 삶을 가진 독립된 인간으로서의 자유가 있습니다. 그러니 바꾸려고 하지 마시고 차라리 바꿀 수 없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세요. 그리고 아이와 좋은 관계를 발전 시켜 가면서 아이에게 영향을 주려고 노력하세요. 그 방법밖에 없습니다. 아이의 자유를 견디지 못한다면 또다시 힘으로 아이를 강제하는 권위적인 부모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그러면 정말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 아이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는 그런 무력한 부모가 되고 말 겁니다.
여기까지 고든의 ‘부모 역할훈련’에 나온 대화법 3가지를 살펴봤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고든의 날카로운 통찰력에 정말 많이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독설에 가까운 따끔한 지적들도 마음속 깊이 와 닿았구요. 그럼에도 읽는 내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책이었는데요,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변하려는 부모들의 마음과 그것을 진지하게 도와주려는 고든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짧은 책 한 권, 영상 몇 편을 통해 모든 부모님들을 바꾸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15년 이상 기존의 방법을 시행해 온 우리 부모님들의 경우엔 더 그렇겠죠. 하지만 저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지기 전에만 시작한다면, 충분히 희망은 있다고 믿습니다.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소중한 관계라면, 저처럼 후회하기 전에, 꼭 고든의 방법들을 사용해 보시길 권하겠습니다. 오늘의 국어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내용이 재밌고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튼 국어 이야기
어쨌든 국어 이야기
이것도 국어 이야기
안녕하세요. '어쨌든 국어'입니다.
'국어가 유익하면서도 흥미로울 수는 없을까?'
저희 채널은 이런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고민에서 시작합니다.
* 목차
1. 져주는 것만을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남자의 쓸쓸한 결말
2. ‘무패 방법’을 사용해야하는 경우
3. ‘무패 방법’의 구체적 단계
4. ‘무패 방법’의 사례(딸이 자기 방을 치우지 않는 상황)
5. ‘무패 방법’의 특징
6. ‘무패 방법’에 대한 오해와 걱정
7. ‘무패 방법’의 한계(‘무패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
8. ‘부모 역할훈련’에 대한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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