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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JanHe-eUPMQ

  ‘지는 게 이기는 거야.’, ‘내가 더 많이 사랑하니까 져줘야지.’ 이런 생각으로 매번 상대방의 응석을 기꺼이 받아주는 따뜻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 남자는 그러면서도 한 번도 그녀를 탓하거나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더 많이 믿고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남자가 여자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여자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남자는 이제 더는 못하겠다고만 하고 떠나버립니다. (휴지)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기고 지는 방법밖에 몰랐던 이 남자, 그리고 사랑은 늘 져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 남자의 결말은 늘 이렇게 쓸쓸합니다. 물론 이 남자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정도로 ‘사랑’을 하는 사람이 요즘에 있기나 할까 싶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결국 이러한 사랑의 방식은 곧 한계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만약 고든이 살아있었다면 이 남자에게 어떤 말을 해줬을까요? 아마 ‘무패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줬을 겁니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무패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무패 방법’이 필요한 이유 즉, 한쪽이 이기거나 지는 방법이 갖는 치명적인 문제점들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갈등이 발생하면 한쪽이 이기고 다른 한쪽은 지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득을 하든 언쟁을 해서 결국 한쪽이 다른 한쪽의 의견을 따름으로써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것이죠. 그렇지만 관계의 문제에 있어서 꼭 이기거나 지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도 지지 않는, 모두가 만족하며 이길 수 있는 ‘무패 방법’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부모 역할훈련’에서 고든이 세 번째로 제시한 방법인데요, 이 ‘무패 방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갈등’에 대한 인식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갈등은 삶의 일부일 뿐이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갈등은 관계가 무너지는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관계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럼 문제는 갈등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아닐까요? 그리고 갈등이 있어야 오히려 건강한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은 한 번도 갈등이 없었다고 자랑스레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꼭 사이가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한 쪽이 계속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사실 독재 시절에 사회는 더 조용하고 평화로웠습니다. 오히려 민주화된 지금이 더 시끄럽고 갈등이 넘쳐나죠. 그런데 그 누구도 독재 시절이 더 건강한 사회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때의 고요와 평화는 사실 하나의 강력한 질서 아래 모두가 숨죽이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니까요.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소한 갈등은 늘 있지만 그러면서도 화목한 가족이 정말 건강한 가족인 겁니다. 그리고 갈등이 있어야 그것에 대처하고 해결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는 법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을 비롯해 부모들도 갈등이 빚어지면 그것을 잘 해결해보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합니다. 그렇게 몇 번만 거치면 아마 서로를 너무 잘 알게 되어, 이젠 너무나 가볍게, 그리고 슬기롭게 갈등에 대처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무패 방법’을 소개하려는 것이구요.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러한 갈등을 잘 해결하려 하기보다 권위를 이용해 찍어 누르려고만 합니다.(방법1) 그리고 부모라면 마땅히 권위를 가져야 하고 그것을 통해 아이를 가르치고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는 아이보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어른이라는 생각이 이를 뒷받침하죠. ‘엄마 말 들어서 손해 보는 일 없다’라는 말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죠? 그러나 우리는 부모님들이 항상 현명하고 옳은 결정만을 내리진 않았다는 것을 이미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념은 권력을 행사해온 사람들이 유사 이래로 써왔던 정당화의 논리입니다. 권위와 권력을 이용한 강요는 아이를 설득하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힘센 사람의 말은 들어야 한다는 부조리를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일 뿐이죠.

 

  아이는 스스로 욕구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권위를 갖는 것이죠. 부모들은 이러한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상과 벌’이라는 아주 손쉬운 방법으로 아이들을 통제하고 조종합니다. 아이들의 욕구 충족을 담보로 ‘상과 벌’을 주니, 아이들은 먹이를 쥐고 있는 주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개처럼 길들여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의심할 여지 없이 강력한 효과가 있지만, 이것은 조련이지 교육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러한 보상과 처벌을 통한 훈련, 즉 행동주의적 방식은 단순한 차원의 것들만 가능합니다. ‘친구들과 관계를 맺는 법’,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는 법’,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극복하는 법’ 등과 같은 것들은 절대 개를 훈련시키는 방식으로는 배울 수 없죠. 또한 그러한 부모의 권위는 아이가 자라면서 점차 힘을 잃게 됩니다. 욕구 충족을 담보로 삼아 키워온 권위이기 때문에 아이가 자라 스스로 욕구를 충족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힘은 사라지게 됩니다. 부모가 주는 보상이 그다지 필요 없어지고, 벌도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게 됨에 따라 아이들은 강하게 저항할 것이고, 그러면 부모들은 더는 아이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이처럼 권위를 통한 교육은 부모가 힘이 있을 때는 효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부모가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그러는 척하는 것일 뿐이므로 독립하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성인이 되고 나면 이제 책 같은 건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계가 명확한데도 권위주의적 교육은 왜 사라지지 않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너무나 편하고 손쉽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설득할 필요도, 이해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크게 소리를 지르면 됩니다. 너무나 편하죠.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억지로 시키는 것이니 아이가 하고 있는지 안 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하고, 안 하고 있으면 또 잔소리도 해야 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그런데도 많은 부모들은 이것이 가장 편하고 손쉬운 방법이라고 착각하며 이를 사용합니다. 두 번째로는 부모들의 죄책감을 씻어줄 수 있는 통념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 많이 널려 있기 때문입니다.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 ‘나중에는 우리한테 고마운 마음이 들 거다’, ‘너도 부모 돼 보면 다 이해할 거야’ 너무나 많이 들어본 말들이죠? 권위적인 부모들은 아이를 강제했다는 죄책감이 들지만 이러한 통념들을 통해 죄책감을 씻어버리고 또다시 힘을 사용합니다. 그러니 이 무식한 권위주의 교육이 끊이지 않고 지금까지 유구한 전통처럼 이어지는 거겠죠. 권위주의적 교육이 사라지지 않는 마지막 이유는 부모들이 다른 방법은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로부터 권력에 의해 통제받고 그것에 길들여진 사람은 폭력 외의 다른 방법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러니 계속해서 힘을 사용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망가져 갑니다. 부모를 계속 원망하면서 어떻게든 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내려고 하죠. 또 조금만 불리해지면 남 탓을 하고, 거짓말을 합니다. 그리고 부모의 눈치를 보면서 비위를 맞추는 법도 배웁니다. 어떤 아이들은 게임 속으로 도피해 버리기도 하구요. 부모들은 도대체 왜 이런 권위주의 교육을 고집하는 걸까요? 아이가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기 위해서일까요? 아니면 스스로 어떤 일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경험을 막아 아이를 항상 누군가가 시켜야만 일을 하는 의존적인 사람으로 만들려는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부모의 폭력성을 그대로 물려주어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지배하는 자신과 똑같은 권위주의적 인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요? 아, 상을 주는 일은 하고, 벌을 주는 일은 하지 않는 그런 눈치 백 단의 기회주의적인 인간을 만들 속셈이군요? 권위주의적 방식은 어쩌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여러분 아이들의 정신건강이나 내면세계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면 말이죠. 하지만 아이를 사랑하신다면 절대로 선택해서는 안 되는 방법입니다.

 

  반면 항상 져주는 방식으로 관계에서 갈등을 해결하려는 부모들도 있습니다.(방법2) 물론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 이기거나 지는 방법밖에 모른다는 점에서는 앞의 권위주의적인 부모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겉보기에는 아이를 정말 사랑하고 따뜻하게 배려하는 부모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결국 언젠가는 지친다는 것입니다. 과연 언제까지 져줄 수 있을까요. 한계는 분명히 옵니다. 대개의 부모들은 그렇게 져주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되면 앞의 부모들처럼 힘을 사용합니다. 그러면 또 죄책감을 느끼고 다시 져주는 방식으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이를 계속 반복합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 지쳐서 결국에는 아이를 포기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는데요. 고든은 어쩌면 이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러한 방법은 아이들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한없이 져주기만 하면, 아이는 성질을 내서 부모를 조종하는 법, 부모에게 죄책감을 안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자연스레 영악하고 이기적인 아이로 자라겠죠?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에 대해 마음속 깊이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억지로 져주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민감하게 알아챕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의심하기 시작한다면, 과연 부모와 아이가 진실한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까요? 다른 것들보다도 이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부모가 사용하는 이 두 가지 방법, 즉 이기거나 지는 방법은 모두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망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기고 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고든의 ‘무패 방법’이 이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다음 시간에 다룰 겁니다. 오늘의 국어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무패 방법’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 알아두어야 할 맥락들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내일의 국어 이야기는 ‘무패 방법’을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은 어떻게 되는지, 혹시나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없는지와 같은 것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내용이 재밌고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튼 국어 이야기

어쨌든 국어 이야기

이것도 국어 이야기

 

안녕하세요. '어쨌든 국어'입니다.

'국어가 유익하면서도 흥미로울 수는 없을까?'

저희 채널은 이런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고민에서 시작합니다.

 

* 목차

1. 늘 져주는 남자의 쓸쓸한 결말

2. ‘갈등’에 대한 인식 전환

- 갈등은 삶의 일부일 뿐이지 나쁜 것만은 아님

- 갈등이 있어야 오히려 건강한 관계

- 갈등이 있어야 그것에 대처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음

3. 이기는 방법의 문제점(권위주의적 교육)

4. 부모들이 갖는 권위의 원천과 한계

5. 권위주의적 교육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 편하고 손쉽기 때문

- 부모들의 죄책감을 씻어줄 수 있는 통념들이 너무 많음

- 다른 방법을 전혀 모르기 때문

6. 져주는 방법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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