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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왜 읽어야 하나요?’ 읽지 마세요.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책을 읽죠. 왜 그럴까요? 사실 문제는 이 질문 자체에 있습니다. 우리는 평소에 ‘영화를 왜 봐야 하나요?’ ‘음악을 왜 들어야 하죠’와 같은 질문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왜 읽어야 하냐는 질문을 들으면 항상 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유독 책에 대해서만 그 이유를 물으니까요. 영화나 음악과 마찬가지로 책 읽기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니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떤 이유가 없어도 향유하는 것이죠. 그래서 책을 왜 읽어야 하냐는 질문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한 번도 책에서 어떤 즐거움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일 겁니다. 그리고 은연중에 독서를 해야만 하는 공부, 숙제처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일 겁니다. 그런데 책을 즐겨 읽는 사람들은 누가 시켜서 읽는 게 아니거든요. 영화나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요. 오늘은 책이 주는 즐거움과 독서의 이유 그리고 내게 맞는 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책은 재밌기 때문에 읽는 것입니다. 물론 유튜브나 게임보다 재밌다고 말하는 건 아니구요. 그것들과는 다른 종류의 재미를 준다는 것이죠. 그런데 한 번도 책이 주는 쾌감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게 이 느낌을 설명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마치 사랑을 한 번도 못 해본 사람에게 사랑이 주는 그 강렬함과 몰입감, 행복감을 설명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저 같은 경우에는 어떤 좋은 책을 만나면 가슴이 뛰고 손이 떨리면서 정말 아껴 읽게 됩니다. 그리고 다 읽은 후엔 그것을 아직 안 읽은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지죠. 인문과학책의 경우, 정말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진리를 봐버린 느낌이 들어요. 내 인생은 이 책을 보기 전과 후로 나뉘고, 이젠 이것을 보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완전히 내 삶이 새롭게 배치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이제 다른 것들은 시시하고, 유치해 보이죠. 물론 엄청난 오만이고 자만이겠지만 그만큼 강렬한 인상과 쾌감을 준다는 말입니다. 요즘은 책을 읽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지만 100년 전까지만 해도 책은 재밌는 것이었습니다. ‘전기수’라고 해서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전기수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마치 주말 연속극 할 시간에 TV 앞에 모여드는 우리 어머님들처럼요. 실제로 전기수가 조선 후기 최고의 인기작이죠? ‘임경업전’에서 악역이 주인공을 죽이는 장면을 연기할 때, 어떤 사람이 화를 못 참고 그 전기수를 칼로 찔러 죽였다고 합니다. 황당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지금도 악역을 맡은 배우가 지나가면 뒤에서 욕하고 돌 던지면서 진심으로 저주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분들은 진심으로 거기에 몰입하고 계신 거예요. 드라마에 흠뻑 취해있는 거죠. 책도 충분히 그 정도의 몰입감을 줄 수 있고, 실제로 100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흠뻑 빠져있었습니다. 영상 시대로 넘어오면서 그 재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게 정말 안타깝습니다. 물론 영상과 달리 책은 그 재미를 느끼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진입장벽이 좀 있는 거죠. 축구를 보고 즐길 수 있으려면 적어도 축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좀 해봐야 합니다. 그래야 이 패스가 현실에선 절대 나올 수 없는 예술적인 패스라는 걸 알고 쾌감을 느끼죠. 책 읽기도 어느 정도의 독서량이 뒷받침되어야 그때부터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야 이 책이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난 참신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거기서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인생의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책이 잘 와 닿지 않습니다. 정말 사랑을 깊게 해봤다면 아마 세계문학 전집이 다 읽힐 겁니다. 절절한 사랑을 해본 다음에야 노래 가사가 다 내 얘기 같고, 그때서야 비로소 노래가 제대로 들리는 것처럼요, 인생을 진지하게 경험해본 사람만이 책을 읽고 그것과 공명하고 깊이 감동받을 수 있습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아, 이제 사랑을 좀 알겠어’라고 하는 10살짜리 꼬마를 우린 믿어야 할까요? 줄거리야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겠지만 그 아이가 정말 그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책들이 재미가 없다면 스스로 인생을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으로 내가 내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 말입니다. 구경꾼처럼 주변에서 내 삶을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심으로 내 모든 걸 걸고 어떤 것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 한 번 이 기회를 통해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모든 좋은 책들은 그런 사람들이 쓴 글이기 때문입니다.
책은 재밌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이해하는 통로가 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영화, 음악이 나를 이야기해주듯이, 내가 좋아하는 책,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줍니다. 여러 문화 예술 장르가 마찬가지겠지만 책 읽기는 그중에서도 내 영혼의 빛깔과 향기를 찾는데 가장 효과적인 통로입니다. 단순히 ‘이 책이 좋다’ 정도가 아니라, 60억 인구와 구별되는 나만의 고유성을 찾을 때까지 파고들어 가야 합니다. 좋으면 어디가 왜 좋은지, 어떤 부분에 밑줄을 쳤고, 그것이 내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냈는지, 그리고 그것은 내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등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그래야만 다른 누구와도 다른 나만의 고유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요. 또 책은 섬세한 언어로 쓰여져있기 때문에 나를 흔드는 문장을 발견해 그것의 결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다른 어떤 것들보다 세밀한 부분까지 나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됩니다. 몸으로는 경험했지만, 미처 언어화시키지 못했던 삶의 부분들이 문장을 읽음과 동시에 확 살아나면서 ‘아, 나도 그랬었던 거구나’ 하며 자신을 이해하게 되죠.
그럼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사실 이 질문도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까요?’처럼 이상합니다. “당연히 조용필부터 들으셔야죠.”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음악을 대입하면 금방 어색한 게 느껴지는데 유독 책에 대해서는 어떤 걸 봐야 하냐는 질문이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책을 어떤 정해진 단계가 있는 공부처럼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어떤 책이 좋은 책이고 나쁜 책인지 그걸 미리 알 수는 없습니다. 마치 먹어보기도 전에 내 입맛에 맞을지 안 맞을지 알 수 없는 것처럼요. 한 번에 내게 맞는 책을 찾는 건 불가능합니다. 시행착오가 필요하죠. 옷 입는 것도 보세요. 여러 벌 걸쳐보고 또 실패도 해봐야 내 스타일이라는 게 생기잖아요? 음악, 영화, 옷 등 다른 모든 것들은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의 취향을 찾고 만들어가면서 왜 그렇게 책에 대해서는 소심하게 남들을 따라가려고만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그냥 자기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따져보지도 않고 그냥 사려고 하잖아요. 우리는 맛집을 찾을 때도 보통 블로그를 검색해 유명하다고 하는 짜장면집으로 들어갑니다. 100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그 집으로 다 몰려들죠. 그런데 그 동네에 오래 산 사람들은 모두 그 집에 안 가거든요. 왜냐면 근처에 더 맛있는 그렇지만 별로 안 유명한 집이 있으니까요. 그럼 이런 집은 어떻게 찾죠? 그냥 걸어 다녀야 돼요. 그리고 냄새를 맡아야죠. 그러다 우연히 발견하는 겁니다. 나만의 맛집을요. 책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만의 책을 찾는 방법 따윈 없습니다. 그냥 끌리는 책을 집어 들고 몇 쪽 읽어봐야죠. 그러다가 우연히 얻어걸리는 겁니다. 물론 내게 맞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읽어보면 별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맛없는 걸 먹어봐야 이게 정말 맛있는 음식이라는 걸 알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몇 번만 거치면 나의 감각은 더 예리해져서 나 자신이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고 실패하는 횟수가 줄어들게 될 겁니다. 좀 둔한 사람들은 좀 더 많은 실패의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어쩌겠습니까. 내게 선택권은 없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내게 맞는 책을 찾는다는 건 곧 나를 이해하는 일이니까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살다가 죽을 순 없잖아요? 몇 권의 책, 몇 년이 걸리더라도 이것은 우리의 긴 삶의 여정에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인 것입니다. 그러니 그냥 자신을 믿고 집어야죠. 그렇게 몇 번 실망하고 나면, 운명처럼 여러분의 영혼을 뒤흔들 책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만의 책, 나만의 작가를 발견하게 되면 아마 그 누구의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게 될 겁니다. 왜냐하면, 내가 직접 경험했고 느낀 것이니까요. 그럼 이제 여러분은 모두가 100년 된 짜장면집으로 우르르 들어갈 때, 도도하게 텅 빈 옆집으로 혼자 들어가는 비범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의 국어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내용이 재밌고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튼 국어 이야기
어쨌든 국어 이야기
이것도 국어 이야기
'국어가 유익하면서도 흥미로울 수는 없을까?'
안녕하세요. '어쨌든 국어'입니다.
저희 채널은 이런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고민에서 시작합니다.
* 목차
1. '책을 왜 읽어야 할까요?'라는 질문
2. 책을 읽는 이유
3. 책이 재미 없는 이유
4. 나를 이해하는 통로
5.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라는 질문
6. 나만의 책을 찾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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