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상과 관련된 7가지 흥미로운 사실들
‘이상’의 본명은 ‘김해경’입니다. ‘이상’이라는 필명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 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성격과 행동이 워낙 남달라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그렇게 불렀다는 설입니다. 두 번째는 ‘김해경’이 1932년 총독부 건축과 기수로 일할 때 공사장 인부들이 일본어로 ‘김 상’을 ‘이 상’으로 착각해 부르던 것에서 유래됐다는 설입니다. 이것은 1929년 경성고등 공업학교 졸업앨범에 이미 ‘이상’이라는 필명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설득력이 좀 떨어지는 설명입니다. 세 번째는 친구 ‘구본웅’이 삼촌에게서 받은 화구 통을 ‘김해경’에게 선물로 주었는데 감격하여 이에 보답하기 위해 ‘오얏나무 상자’라는 의미의 ‘이상’을 필명으로 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학계에서는 이 세 번째 설을 정설로 보고 있습니다.
‘이상’은 여동생에 따르면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경성 고공 건축과에 진학하고서도 미술부에 들어가 계속 그림을 그렸을 정도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재능도 뛰어나 일본어학회지 <조선과 건축>의 표지 도안 공모전에서 1등과 3등으로 당선되기까지 했습니다. 1931년에는 ‘자화상’으로 조선 미술 전람회에 출품해 서양화 부문에서 입선하기까지 했습니다. 화가였던 친구 ‘구본웅’은 ‘이상’이 죽은 뒤, ‘이상’은 그림을 그렸어도 성공했을 거라고도 말했다고 합니다.
‘이상’은 미술에 관심과 재능이 있었지만, 백부가 절대 환쟁이는 안 된다고 기술을 배워야 한다며 건축과에 진학시킵니다. 그래서 1926년, 서울대 공대의 전신인 경성고등 공업학교 건축과에 입학했는데요, 전체 학생은 60명이었고 같은 해에 입학한 학생은 12명, 그중에서 조선 사람은 3명이었습니다. ‘이상’은 거기서 수석으로 졸업합니다. 1929년 4월 조선총독부 건축과 기수로 근무했는데요, 지금으로 치면 9급 건축직 공무원쯤 되겠습니다. 실제로 ‘이상’은 경성제대 문리대 교양학부 건물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이는 지금의 서울대학교 문리대 인문학부 건물입니다. 건축가로서 재능은 충분했지만, 피로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을 견디지 못하고 1933년에 그만두게 됩니다.
‘이상’은 1931년부터 각혈을 하며 폐결핵 증세를 보였습니다. 폐결핵은 영양실조나 불결한 위생으로 인해 약해진 몸에 폐결핵 균이 침투해 생겨나는 질병으로, 당시 가난과 과로를 하나의 유습으로 섬기는 예술가들의 질병이었습니다. 당시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불치병이었지만, 예술가들에게는 고통스럽고 추잡한 지금의 삶을 정화해주는 영혼의 질병처럼 여겨졌습니다. 즉 비루한 이승에서 벗어나 죽음으로 인도해주는 축복과도 같은 질병이었던 셈이죠. 그래서 그랬는지 ‘이상’은 늘 자살을 생각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나는 십 년간 긴 세월을 두고 세수할 때마다 자살을 생각하여 왔다.”
- 이상, <실화>
‘김유정’과는 폐결핵 동지로서 가깝게 지냈는데, ‘이상’이 동경으로 떠나기 전 동반 자살을 제안했지만 ‘김유정’의 거절로 실행에 옮기진 못합니다.(그러자 이상은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유정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김 형! 김 형만 괜찮다면, 저는 오늘 밤으로 치러버릴 작정입니다.” 오래전부터 생각해오던 동반 자살을 제안한 것이다.
- 이상, 김유정<우리 서로에게 별이 되자>
‘이상’의 작품에는 성적인 코드가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아마 그의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초현실주의적인 경향을 띠고 있기 때문이겠죠. 초현실주의는 의식 너머의 무의식 세계를 표현하고자 하는 문학사조인데요, 무의식은 ‘리비도’라고 하는 성충동의 지배를 받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성’이 억압되고 금기시되기 때문에 우리의 무의식에는 ‘리비도’라고 불리는 ‘성적 본능’이 감금되어 있습니다. 초현실주의는 우리 의식의 검열을 받지 않고 이러한 무의식에 잠재되어있는 것들을 손이 가는 대로, 자동으로 기술하고자 합니다. ‘날개’라는 작품의 공간이 하필이면 성행위를 의미하는 ‘18’가구인 것이나, ‘제비’, ‘쓰루’ 이후 새로운 다방 이름을 ‘69’라고 지은 것은 ‘이상’의 이러한 작품 경향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그의 뮤즈였던 ‘금홍’ 또한 원래 본명은 ‘연심’인데 ‘이상’이 작품에서 그렇게 이름을 붙여줍니다. 이 ‘금홍’이라는 이름은 빨리 발음하면 ‘구멍’이 되는데, 이는 여성의 성기를 속칭한다고 하여 ‘금홍아 금홍아’라는 영화가 나올 당시 굉장히 논란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구본웅’은 ‘이상’의 절친으로 곱추였습니다. 갓난아이 때 하녀가 맷돌 위에 떨어뜨려 허리를 다치면서 그렇게 됐다고 하는데 이로 인해 소학교 시절 놀림을 받고 왕따를 당했습니다. 유독 한 친구만은 그에게 예의를 갖춰 친절히 대해주었다고 하는데 그가 바로 ‘이상’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꺼꾸리와 장다리’라고 불렸고, 나란히 걸어가면 곡예단이 왔다며 사람들이 놀려댔지만 개의치 않았다고 합니다. ‘이상’이 곤궁에 처할 때마다 그를 도와주는 인물이 바로 ‘구본웅’인데요, 다방 ‘제비’를 차릴 때 모자란 돈을 보태주고, 연이은 다방 운영 실패로 힘들 때 일자리도 마련해주었습니다. 동경으로 떠날 때 여행 경비를 대준 것도 구본웅이었구요. 참고로 ‘구본웅’의 외손녀가 발레리나 ‘강수진’ 씨라고 합니다.
또 ‘이상’의 아내였던 ‘변동림’은 ‘이상’이 죽은 후 ‘김환기’ 화백과 결혼하는데, 빅뱅 ‘탑’의 외할아버지의 외삼촌이 ‘김환기’ 화백이라고 합니다. ‘탑’의 외가 쪽이 전부 미술과 연관되어있는데 ‘탑’ 또한 수입의 95% 이상을 미술 작품을 사는 데 쓸 정도로 미술에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탑’의 집은 동료 연예인들 사이에서 ‘미술관’으로 불리며, ‘앤디 워홀’, ‘김환기’ 등의 수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상’의 또 하나의 절친 ‘박태원’은 ‘봉준호’ 감독의 외할아버지라고 합니다. 따로 볼 때는 몰랐는데 함께 놓고 보니까 정말 닮았네요.
마지막으로 서태지 5집 앨범 재킷에 적힌 수수께끼의 영문을 한글로 치면 ‘이상’의 ‘오감도’의 한 구절이 된다고 합니다. 한글로 옮겨 보면 ‘시 제 일호 십삼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가 되네요. 소름 돋네요.
여기까지가 ‘이상’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들이었습니다. 내용이 재밌고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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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가 유익하면서도 흥미로울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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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1. ‘이상’이라는 필명의 유래
2. 미술에 대한 관심과 재능
3. 건축가로서의 재능
4. 폐결핵
5. 성적인 코드
6. ‘구본웅’
7. 기타
- ‘김환기’ 화백과 빅뱅 ‘탑’
- 소설가 ‘박태원’과 ‘봉준호’ 감독
- ‘서태지’ 5집 앨범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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